백치
<토이 스토리 5>
신발 밑창에 찍힌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Toy Story 5>, 2026 <토이 스토리 4>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별 영화로서의 만듦새와는 별개로 마땅한 당위성 없는 후속작이었다는 데에는 많은 관객이 동의할 것이다. 토이 스토리, 즉 인형의 이야기란 원래 어떤 이야기였던가? 1, 2, 3편 가릴 것 없이 그것은 ‘제자리를 지키는’ 이야기였다. 버즈가 스스로를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특공대원으로 … 더 읽기
<왕의 남자>, <결혼 소동>, <더 리더>
<왕의 남자>, 이준익 <왕의 남자>, 2005 2000년대, 동성애, 사극이라는 도전적 과제들을 한 데 묶어놓고도 전위에 심취하는 일 없이 로맨스 서사에 집중했다는 사실이 가상하다.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를 소년에게 투영하는 왕ㅡ 정신분석학 지지자는 어머니의 권위를 가진 남자를 압박하는 것에서 전복의 의지를 볼 것이고, 보통 관객은 압제자의 일탈적 남색과 대비되는, 가나다 콤플렉스 없이 상호존중으로 지탱되는 이반의 일반성(건강한 성애는 … 더 읽기
<마녀배달부 키키>
도회의 예술 <魔女の宅急便>, 1989 무언가를 전달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배달과 예술은 닮았다. 어느덧 열세 살이 된 키키는, 정식 마녀로 거듭나기 위해 정든 마을과 가족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건조한 일기예보와 흥겨운 팝송이 흘러나오는 라디오, 키키의 검은 고양이 지지를 태운 엄마의 빗자루는 고무공처럼 나무 사이를 튕기며 바다가 보이는 마을로 키키를 나른다. 전원적인 고향 마을과는 완전 딴판인 도시 … 더 읽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대들 어떻게 할 것인가 <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결말은, 개봉 당시 ‘진부한 영웅 서사’라는 명목으로 비평계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일견 그렇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숱한 여정을 거친 구도자가 양 진영의 한가운데에 몸을 던지고, 기적적으로 부활한 뒤 갈등을 봉합하고는 군중으로부터 환호를 받는다. 눈물을 훔치는 노파와 찢어져라 웃는 아이들. 이들 장면의 역할은 대개 시트콤의 웃음 트랙과 … 더 읽기